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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성범죄 부추기는 아동음란물 왜 근절 못할까?

등록 2012.09.02 11:18:52수정 2016.12.28 01: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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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잠자던 초등생 납치, 성폭행 사건에 대한 현장 검증이 1일 오전 전남 나주시 한 지역 사건 발생 현장에서 실시된 가운데 용의자 고모(24)씨가 형사들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hgryu77@newsis.com

【서울=뉴시스】안호균 기자 = 전남 나주에서 또 다시 아동 성폭행이 발생했다. 이번에도 야동(포르노)이 극악무도한 성범죄를 부추기는 도구로 활용됐다.

 나주 초등생 성폭행범 고모(24)씨는 평소 아동 음란물을 자주 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동 음란물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아이와 성관계를 해보고 싶다는 뜻을 품게 됐다"고 진술했다.

 그는 평소 PC방 등에서 아동이 등장하는 인터넷 음란물을 보며 일그러진 욕망을 키워 왔던 것이다. 인터넷 공간에서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는 아동 음란물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는 이유다.

 과거 세상을 떠들석하게 했던 아동 성범죄 사건들도 아동 음란물과 연관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

 경남 통영 초등학생 살해범 김점덕(45)의 컴퓨터에서는 아동 음란물 70여편이 발견됐다. 초등학생을 납치·성폭행한 뒤 살해한 김수철(47)은 범행 전날 아동 음란물 동영상 50여편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아동 음란물이 아동 성범죄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웅혁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아동 성범죄자 3명중 1명이 범행 직전 아동 포르노를 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반사회성이 강하거나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의 경우 음란물이 성범죄의 결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에서 진행된 한 연구에 의하면 아동 성범죄자들은 일반인에 비해 아동 음란물을 보는 경향이 훨씬 높았다. 이들 중 상당수는 "아동 음란물이 카타르시스적 느낌을 준다"고 진술했다.

 아동 음란물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경찰청은 지난 7월 아동 음란물을 제작하거나 유통하는 행위는 물론이고 파일공유(P2P) 사이트 등에 올리거나 내려받는 행위도 집중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현행법은 아동 음란물을 제작·유포·게시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에 단순 소지한 경우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의 단속을 비웃기라도 한 듯이 아동 음란물은 여전히 파일공유사이트(P2P) 등을 통해 인터넷상에서 홍수를 이루고 있다.

 파일공유 업체들은 검색어를 제한하는 등 이용자간의 음란 동영상 공유를 막고 있지만 여전히 역부족이다. 일부 이용자들은 검색어를 변형하거나 불법 패치를 설치하는 방법으로 제한 조치를 피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방송 등을 이용해 개인이 직접 음란물을 생산·유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음란물의 유통은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모니터링하는데도 한계가 있다"며 "해외 사이트를 통해 유포되거나 개인과 개인이 메신저 등을 통해 공유하는 경우에는 사실상 단속이 힘들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아동 음란물을 제작·배포하거나 소지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가 약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조희정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지난달 31일 발표한 '온라인 아동음란물의 위험성과 대책'에서 "미국의 경우 다운만 받아도 10년 이상의 징역형을 캐나다는 5년의 징역형을 받는 것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유포자도 대부분 경미한 처벌에 그친다는 점이 한계"라고 지적했다.

 이창무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단순히 음란물을 다운받거나 올리는 것에 대해서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음란물 전체를 통제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겠지만 아동 음란물의 경우에는 중대한 범죄로 간주해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공간에서 아동 음란물을 근절하기 위한 누리꾼들의 적극적인 활동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웅혁 교수는 "사이버 공간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건을 경찰이 예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사이버 경찰의 증원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누리꾼들은 사이버 공간에서 어떤 의심스러운 일들이 일어나는지 더 빨리 인지한다"며 "적극적인 신고와 제보로 연결될 수 있도록 안전 의식을 공유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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